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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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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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31개 기초지역 네트워크연결 추진

폭넓은 협력 통해 다양한 시너지효과만들것

사진=사진작가 안홍범 제공

우리는 경기문화재단입니다. 여기에 나아갈 길과 정체성, 비전이 담겨있습니다.” 취임 3개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동안 느낀 점과 나아갈 방향을 함축해 보고자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에게 물은 재단의 슬로건은 생각 외로 간결하다. ‘경기도라는 것 자체에 무게를 두었다. 강헌 대표이사에 대한 구설은 그가 재단의 지휘봉을 잡기 이전부터 있었다. 강 대표를 지칭하는 키워드는 많지만 몇 가지 소개해 보자면, 역시 좌파 명리학음악평론가. 실제로 대외적으로 그를 소개할 때는 음악평론가로 소개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나 강헌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명리학의 대가라는 사실을 금방 떠올린다. 역대 경기문화재단의 대표이사들은 말 그대로 기인인 경우가 많았지만, 강 대표는 그중에서도 특출하다. 기인 강헌, 인터뷰를 통해 만나봤다. /백창현 기자

 

큰 교통사고 후 요양기간에 만난 명리학명리학의 본질 찾기에 나서

- 명리학과 음악평론, 너무 동떨어져 있다. 명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나.

나는 누가 봐도, 나 자신도 인정할 명백한 좌파다. 적어도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는 좌파로 살아왔다. 종교도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혹세무민한 점술인 명리학을 믿을까? 사실 나는 15년 전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선 적이 있다. 큰 교통사고였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았고, 목숨만 건진 채 사람구실 할 때까지는 2년이 더 걸렸다. 그렇게 지방을 떠돌며 요양생활을 한 기간이 있었다. 이 기간이 끝날 기약조차 없었다. 당시가 40대 초반인데, 모든 것을 다 잃고 나니 어이가 없었다. 내 몸 하나 추스를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린 것이다. 그때 유명 역술인이던 친구의 아버지가 점을 봐줬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시절 그 분이 재미로 점을 봐줬는데 “40대 초반에 위기를 맞고, 이혼을 두 번 하게 될 것이다. 또 글로 먹고 살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기분이 나빴는데, 24년이 지난 후 해남 두륜산에서 요양을 하던 중 이 장면이 떠오른 것이다. 그때 , 죽더라도 무슨 근거로, 무슨 의미로 그때 그 사람이 내게 이렇게 얘기를 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본가에 부탁해 사주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모두 읽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명리학을 공부하다 보니, 이 명리학이라는 것이 길흉화복을 점치는 점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명리학이 동양의 인문학, 삶의 전술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식의 환경이 명리학을 혹세무민한 학문으로 몰고 간 부분이 있다. 우경화된 명리학의 본질을 다시 찾는다는 느낌으로 좌파 명리학 강의도 시작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교재가 필요해 책을 냈는데 이것이 인기가 좋았다.”

 

음악평론가로 26대표 저서 신해철은 한 시대를 풍미한 그를 위한 추도사

- 책으로 먹고산다는 얘기가 나왔다. 대표 저서인 신해철로 먹고살 만큼 벌었나.

이걸로 먹고 살만큼은 벌었다. 사실 이 책은 내게 각별하다. 음악평론가라는 직업으로 26년여를 해왔으면서도 가수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지는 않았다. 직업의 특성상 뮤지션과의 객관적인 거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친분이 있으면 당연히 감정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신해철이라는 사람은 예외였다. 나와 6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있지만 처음 만날 때부터 성격이 너무 잘 맞아 평론가와 가수, 선배와 후배 사이를 떠나 한 사람의 동료라고 생각했다. 당시 신해철이라는 사람에게 일어난 일은 내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신해철은 그의 동료로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웅변적 사람으로서의 신해철을 위한 기나긴 추도사라고 할 수 있다.”

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많은 경험이 만들어낸 네트워크의 힘경기문화재단의 가장 중요한 의제

- 참 삶이 파란만장하다. 재단 대표로서의 지휘를 도울만한 삶의 경험이 있나.

사실 내가 월급을 받는 것은 이 자리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그럼에도 10대에서 20대까지 영화작업을 했던 것이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때 당시 활동했던 영화 집단이 장산곶매.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집단 내에 싸움이 있거나 헤어짐이 있어도 촬영하는 날에는 한꺼번에 모두 모여 힘을 합쳐야 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이런 합심을 많이 배웠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아시아문화중심 광주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으나 민관 협력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이때 경험했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도처가 지뢰밭이라는 것을 확연히 느꼈다. ‘공적작업으로서의 문화사업은 어떤 것인가라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여러 가지 작업을 하면서 생긴 네트워크들이 있다. 이 네트워크라는 것은 경기문화재단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다.”

 

도내 사군과 네트워크 사업 없어사업 성과에 연연치 말고 효과 극대화노려야

- 네트워크는 내부적인 네트워크를 이야기 하나.

내부뿐 아니라 경기도 전체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경기문화재단이 도내 문화재단의 맏형이 돼야 한다. 경기도에 15개 기초재단이 있다. 올해 2개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경기문화재단과 도내 시·군 재단 사이에 네트워크 사업이 없다는 게 놀랍다. 옆 동네에선, 아랫동네에선 뭘 하는지 상관없이 각자 일을 진행하는 거다. 분명 같이 합치면 같은 예산으로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다. 중복 사업도 많을 것이다. ·군이 잘하는 걸 도가 하는 것도 있을 것이며, 도가 해야 할 일을 지자체에서 하다 끝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수직적인 지휘계통의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광역과 지자체가 협력, 네트워크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성과를 누가 가져가는지 연연하지 말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광역 문화재단으로서 경기재단이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경기도 전체를 커버하니까. 물론 지역 안배 수준으로 공모사업을 진행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니다. 이를 테면 경기도박물관이 있고 도미술관이 있다. 얼마 전 박물관 팀장에게 물었다. 경기도에 박물관이 몇 개 있는 줄 아냐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경기도는 미술관과 박물관 수에서 전국 최다다. 전국 1·2위다. 국립박물관은 9개지만 사립박물관도 많다. 사립도 경기도의 인프라, 자산이다. 가장 기초적인 인프라 조사도 안 돼 있다. 이런 게 우리가 목도하는 1340만 인구 경기도 문화의 현주소다. 기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기초재단이 있는 곳도, 없는 곳도 있다. 16개 지역은 없다. 문화원마저 없는 곳도 있다. 그래서 네트워크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초와 광역 사이의 문제이지만 광역과 광역 사이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에 25개 산하기관이 있다. 옆에 전당도 있다. 재단과 전당의 협업 사례가 거의 없다. 얼마든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 많은데, 가까운 거리인데도 협업이 없다. 관광공사, 콘텐츠진흥원, 도자재단, 일자리재단 등 많다. 문화와 안 걸리는 게 사실상 없다. 도내 산하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시너지를 내야 한다. 그냥 기관장들 만나는 건 의미가 없다. 사업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성과 내라고 월급 받는 건데 우리 시야가 너무 좁았다. 광역 간 네트워크가 이뤄지면 중앙정부와 네트워크도 만들어져야 한다. 내가 알기론 중앙과 네트워크 사례는 거의 없다. 그저 중앙정부가 내려 보내는 사업이 있을 뿐. 수직구조로 일방적으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밑에서 위로 올라가서 만들어질 때 진정한 의미의 문화민주주의 시대가 열린다고 본다.”

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공적인 조직 위협하는 큰 요인은 관료화재단은 조직적으로 가장 열려 있어야

- 앞으로의 재단 비전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 있나.

재단 행정조직 개편을 위해 만든 PPT에도 썼지만, 결국 경기문화재단이라는 단어가 슬로건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이 나아갈 길이고, 우리의 정체성이고 비전이다. 재단은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내부는 훨씬 큰 조직이다. 또 과제나 사업도 굉장히 크다. 그런데도 경기도라는 특성상 도민들에게 와 닿지를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경기문화재단은 다른 문화재단, 특히 서울과 비교해 보면, 서울과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지역을 커버해야 한다. 100만 도시가 있는가 하면 5만도 안 되는 군도 있다. 밀집지역이 있는가 하면 농촌, 어촌, 도농복합지역도 있다.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 일률적으로 하나의 모델을 만들 순 없다. 경기도는 한 개지만 그 안에 31개 경기도가 있다. 이런 조건을 재단이 넘어서야 한다. 관료화도 문제다. 경기문화재단은 공적인 조직이다. 공적인 조직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관료화다. 초기 문화재단이 만들어질 때 외부인으로 심사도 하고, 회의도 했다. 그때 느낌과 다르다. 관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관료화가 진행되면 문화재단이 아닌 비문화재단이 된다. 문화를 대상화하게 된다. 조직적으로도 가장 열려 있어야 한다. 과거보다 미래로 가야할 조직이다. 그런데 과거의 틀에 갇히면 평가에 연연하는 조직이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워낙 많은 걸 커버해야 하니까. 올해만 하더라도 사업 수가 400개나 된다. 그러다 보니 해야 하니까 하는 일, 처리해야 되는 일로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업의 지속가능성, 사업 하나가 갖고 있는 생명력과 지속성에 대해서 창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을 구조적으로 잘 정리하고 합쳐야 될 건 합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탄력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선제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런 전환점에 서 있다. 이런 게 문화재단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내부 승진으로 활력 도모중장기적으로 안정성 있는 조직 만들기가 목표

- 관료주의 타파라 한다면, 단적으로 어떤 예가 있나.

우스갯소리로, 대표이사실 문을 발로 차고 들어와서 불만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경기문화재단은 능력과 잠재성이 높은 곳이다. 전국 문화재단의 첫 번째 모델이다. 그러나 기간이 길어지면서 관료주의에 빠지기 십상이다. 현재도 50~60대의 나이가 된 사람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스물이 넘은 사람이 입사하면 본부장이 되기 위해서는 25년을 더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은 40대 본부장이 나왔다. 젊은 조직이라는 뜻이다. 이런 젊은 조직이 돼야 한다. 외부의 수혈보다는 내부에서 승진이 이뤄지면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대표이사 자리는 정무직에 가깝다. 도지사가 가면 함께 가야한다. 그러나 본부장과 팀장들은 연속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부 승진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성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내 목표다.”

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올해 안에 조직 개편과 소통 문제 해결자생적 문화 인프라 챙기며 전략 세울 것

- 올해 안에 목표로 하고 싶은 것이 있나.

경기문화재단은 안팎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올해 안에 조직개편과 소통 문제를 해결 하면서 동시에 31개 기초지역을 다 돌면서 문화재단 및 문화원, 문화과와 네트워크를 만들 예정이다. 자생적인 문화 인프라 등을 챙기면서 전략을 세울 것이다. 또 재단 본부를 상상캠퍼스로 옮기는 것도 올해 상반기에 마무리 할 예정이다. 경기문화재단이 22년 됐는데도 재단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것이 경기문화의 현실이기도 하다.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낸 세금이, 또 행복추구권을 명시한 헌법 제10조가 어떻게 도민들에게 돌아오는지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며 재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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