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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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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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예술만의 고유한 ‘킬러콘텐츠’ 제작
도민 일상 속 문화복지 누릴 기회 확대

내가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공연이 진정한 것이죠. 아무리 휘황찬란해도 가슴에 와 닿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지난 1월 경기도 공공 예술기관인 경기아트센터의 새로운 수장이 된 서춘기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공연 마니아다. 1970년대 후반부터 공연을 보러 매일 같이 국립극장을 가자 극장 관계자들이 알아볼 정도였다고. 건축공학을 전공한 그는 예술의전당에서 일하게 되면서 공연장의 기능과 역할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결국 공간에 대한 소리의 특성을 잘 반영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공간음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서 해왔고, 그런 그의 손을 거쳐 태어난 공연장들도 여럿이다.

 서 사장의 공연예술과 관련한 풍부한 경험과 공연예술 조직에 대한 전문성은 지난 세월 차곡이 쌓여 왔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예술단 총괄본부장, 한국문예회관 연합회 공연장 전문 컨설턴트, 안성맞춤아트홀 운영위원, 한양대 건축공학부 연구부교수 등의 활발한 활동을 해온 그의 발자취가 이를 증명한다. 개관한 지 32년이 된 경기아트센터가 전문성을 두루 갖춘 서 사장의 부임으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이다.

 취임 100일을 넘긴 서 사장은 지난 5월 조직개편을 마치고 올해를 경기아트센터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도민과 대화의 시간을 넓혀가는 것에 있다. 이에 도민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문화기회팀, 정책사업팀, 예술누림팀 등 3개의 팀을 조직하고, 경기도의 문화정책과 도민들의 중간 지점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서 사장의 설명이다. 다음은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과 일문일답. 구민주 경인일보 문화체육부 기자

 

경기예술단 자질 훌륭주어진 예산 이상의 좋은 라인업 만들어내

-지난 100일간 느낀 경기아트센터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직원들이 순수하고 공연을 사랑한다. 여러 가지 여건상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만 다른 기관들보다 직원들의 수준이 높다. 특히 예술단은 알고 왔던 것보다 가지고 있는 자질이 훌륭했고, 이들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끌어줄 것인지가 숙제가 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문화에 관심이 많고, 경기도가 지원을 많이 해줘 생각보다 환경이 좋다. 주어진 공연기획 예산 이상으로 좋은 공연 라인업을 만들어내는 것도 강점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경기도민과의 대화를 강조했는데.

 경기도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창작시스템을 만들고, 도내 아마추어 예술단이 활동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 첫 번째였다. 우리 예술단과 도민이 직접 만나는 찾아가는 예술에 대한 예산도 많이 늘렸고, 우리가 잘 아는 전문 예술가들과 함께 기획한 공연을 만드는 등 접점을 넓히려고 한다. 이 중에서도 지역의 아마추어 예술이 저희와 협업하면서 도민과 만나는 생활예술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도 점차 생활예술로 가야 한다. 전문 예술가들이 하는 공연이 일방향성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양방향성이 필요하고, 그것이 문화복지라고 생각한다.”

관객 이끌려면 고유 콘텐츠 필요경기아트센터만의 음악·선율·춤 만들어야

-서울 중심의 문화 쏠림 현상에 대해 자주 이야기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나뉘어 있어서 그렇지 옛날엔 경기의 음악이 곧 서울의 음악이었다. 현실적으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관객을 끌어오려면 우리만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서울에서 만들어 지역으로 내려와 며칠만 하고 가는 콘텐츠가 아닌 우리 음악, 선율, 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예술단이 해야 할 일인데, 올해를 경기아트센터의 행정조직을 새롭게 다져가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것에 포함된 것이기도 하다. 경기아트센터가 개관한 지 30년이 넘은 지금에서 나만의 이야기가 없으면 안 된다. 서울과 격차를 줄이려면 우리만의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기도는 31개 지자체로 이뤄져 있고, 지자체마다 문화재단과 공연장들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서 경기아트센터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기도의 각 지자체가 공연장을 거의 다 가지고 있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공연 예산이 많지 않다. 공연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다 보니 자체 공연보다 대관 공연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공연장 자체가 대시민 서비스인데 생색내기도 어려운 것이다. 문화향유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아트센터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역할이 있다. 우리나라 지역 공연장의 평균 문화나눔 예산이 5% 정도라는 내용의 논문을 봤다. 경기아트센터는 그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있고, 할 수 있는 역할이 너무도 많다. 내부적으로 공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공헌·문화나눔의 역할도 중요해 공격적으로 하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생활예술의 수준이 올라가면 국민들이 유럽처럼 어디서든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고, 30년 정도 뒤에는 공연장에서 순수하게 질 좋고 잘하는 공연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예술단 조직개편 등 자체 역할 강화순수예술의 방향성 제시 정체성 확립해 나가야

-경기아트센터에는 예술단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술단 운영에 대한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공공극장 예술단의 존재 목적은 국민들에게 문화자본을 쌓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단 역량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서울시립예술단을 총괄할 때 오디션이나 평가 등을 통해 자체 역량을 강화했다. 작품 선정에 있어서도 예술성과 참신성, 관객을 고려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예술 단원들과 소통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갔다. 예술단 운영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예술단은 창작 시스템을 새롭게 갖춰야 한다. 예술감독의 창작기능과 함께 경기도의 음악과 소리를 담는 시스템, 외부 창작자들과 협업하는 시스템으로 가려고 조직을 바꿨다. 우리 것을 보존하고 순수예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예술단의 역할이다. 대학로 연극은 대학로 연극으로 존재하고, 우리 연극은 우리 연극대로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경기국악원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는데.

 경기국악원에서 공연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국악은 소리가 어떻게 전달돼야 만족하고 감동할까에 대한 연구를 3년간 했다. 통계를 내보니 결국 잔향이 1.5~1.6초 정도 될 때 가장 좋은 소리가 난다는 결론을 냈는데, 국악원의 환경도 그와 비슷하게 맞추려고 한다. 또 연습을 잘할 수 있도록 내년엔 예산을 확보해 연습 환경을 개선하고, 도민의 세금으로 국악을 보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악진흥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공연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야관객·예술성·창작의 균형 찾는 게 과제

-공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다면.

 공연을 자세히 보면 창작자 그룹, 해석하는 그룹, 매개하는 그룹, 수요 그룹이 있다. 이 네 그룹 간의 언어코드가 나름대로 있는데, 이를 잘 섞어서 감동을 전달해줘야 한다. 말과 눈, 귀 보다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어야 좋은 공연이다. 또 모든 공연은 해석했을 때 찾아낼 수 있는 지적 부분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보여주기식의 공연이 될 수밖에 없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공연예술계에 몸담아오면서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공연 제작에도 참여했는데, 이때 알게 된 것은 공연을 올릴 때 익숙함과 크리에이티브함의 틈을 메우는 게 가장 어렵다는 것이었다. 창작자는 실험적인 작품을 시도하고 싶어 하고, 그러한 작품은 수요자의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은 관객을 끌어오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관객과 예술성, 크리에이티브함을 만족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은 앞으로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공연장은 공간이 갖는 소리 특성이 좋아야좋은 소리는 명쾌하고 따뜻해

-국내에서 흔치 않은 공간음향 전문가인데.

 토포필리아(topophilia), 흔히 최애 장소라고 표현하는데 공연장이 토포필리아가 되기 위해서는 공간과 공연 장르의 관계성, 즉 공간이 갖는 소리의 특성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공연장과 소리를 연구하게 됐다. 예술의전당 건립에 참여하면서부터 공간음향 연구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당시 국내에는 공연장과 소리의 관계성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와 관련한 강의가 생겼고, 2012년 실내음향학으로 한양대 대학원 건축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연장의 기본은 콘텐츠도 있지만, 전달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소리를 아무리 크리에이티브하게 만들어도 전달이 잘 안 되면 반응이 없다.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 감성이 사그라지는 거다. 2000년대 이전에는 대부분 소리를 볼륨으로 생각했다. 스피커를 쓰면 잘 들리지만 그것이 좋은 소리는 아니다. 좋은 소리는 따뜻해야 하고, 나에게 친밀해야 한다. 또 소리는 음 하나하나가 명쾌하게 잘 들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볼륨 에너지가 있어야 하고, 소리가 너무 튀거나 째지거나 저음이거나 우울해지면 안 된다.”

아트센터 주변 생태환경 조성온종일 사람들이 북적이는 커뮤니티 센터 돼야

-경기아트센터를 토포필리아로 만들어 갈 방향성이 궁금하다.

 우리가 서 있는 공간의 이미지를 저장하고, 가치와 사랑으로 축적시켜 그 공간에 대해 그리움과 애틋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곧 도민들이 공연장을 찾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중을 상대로 직접 강의를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중 하나이다. 한사람이라도 이 장소를 사랑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또 경기아트센터 건물을 보면 화강석을 많이 썼는데, 자연 친화적 소재이지만 이렇게 둘러놓으면 황량해 보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생태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트센터 주변을 나무나 꽃, 조각품 등 건물과 어울리는 자연생태계로 구성하고 친밀성을 증대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아트센터는 커뮤니티 센터가 돼야 한다. 낮엔 썰렁하고 밤에만 북적거리는 공연장이 아닌, 편의시설도 있고 전시도 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곳이라면 온종일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이다. 작은 부분이라도 사랑하는 것이 생길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놔야 한다.”

-경기아트센터 사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문화가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이 경기예술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 예술단의 수준 높은 공연을 아트센터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지역 내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더불어 경기국악원 활성화로 국악을 대중화시키고, 예술단 공연의 청년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장르와 세대를 넘어 누구나 함께 즐기고 누리는 예술의 장을 만들겠다. 경기예술이 더 넓은 지대에 고르게 다가가 삶의 가치와 행복을 찾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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